⟪가만히 혼자 웃고싶은 오후⟫ 장석주 산문집

장석주 산문집 «가만히 혼자 웃고싶은 오후» 를 추천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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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지나갔다. 그 시절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덧없었다고 말하지는 않으리. 인생의 여름은 일도 사랑도 투쟁심에 불타 밤새우며 몰두하는 시절이었다. 나는 모든 것들을 더 잘하고 내 몫의 열매들을 기어이 손에 쥐려고 안달했다. 돌이켜보니 청년기는 기회이자 위기의 시기였다. 그 시절은 누구나 "자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자아의 입장에서 출발하여 세계와 대결하며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일을 시작"(로마노 과르디니)하는것이다. 산다는 것은 바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 미숙과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지만 나는 잉여의 추동력으로 일과 사랑에 대처하며 살아왔다. 어떤 일에는 성공하고 어떤 일에는 실패했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더하고 빼보니, 내 인생을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을 알겠다.

나중에 지금의 시기를 돌아봤을 때 이 구절에 공감하고 싶어서 필사하게된 부분.

힘들때마다 찾게되는 산문집, 다시 읽는 내내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를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일과 미래에 대한 열정, 설렘이 충만한 요즘.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 을 찾아가는 길에 있으니 작가가 말하는 그 여름을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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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과거를 머금는 두 가지 방식은 망각과 집착이다. 망각된 것은 소진된 기억의 시간이고, 집착은 소진되지 않은 채 나를 과거에 매어두는 시간이다. 현재가 미래를 끌어다 쓰는 유력한 방식은 희망과 상상이다. 우리는 망각을 딛고 상상하며 미래로 나아간다. 혹은 많은 것들을 망각 속에 묻으며 희망을 품고 오늘의 역경을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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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을 예순번씩 넘기며 살아보니 그나마 어렴풋이 인생의 윤곽을 그려볼 수가 있게 되었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생은 뒤돌아볼때 이해가 되는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사람은 앞을 보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일기를 매일 쓰는 이유이기도 한데, 사실 다시 읽으며 돌아보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ㅎㅎ 요즘처럼 막막해지는 순간이 오면, 돌아보면서 '이전에는 이렇게 넘겼었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꾸준히 기록해야겠다고 또 다짐한다. )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져서 다시 찾게 된 책, 가볍게 힐링할 수 있는, 또 현재에 감사하게 만드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